민주화의 접근법 및 이행기 패러다임
민주화는 민주주의적 방향으로 흘러가는 정치적 변화를 가리킨다. 민주화 연구에 대한 이론적 접근법은 근대화 접근법, 이행기 접근법, 구조적 접근법 등 세 가지가 있다.
근대화 접근법에 대해 립셋은 민주주의는 국가의 사회경제적 발전 수준 혹은 근대화 정도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근대화 접근법에서는 민주화의 각 필요 조건들을 민주주의 정도에 미치는 변수로 표현하고 양적 근거를 토대로 통계적 상관관계를 도출하였으며 민주화 과정을 근대화와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선형 상관관계로 설명했다. 그 필요조건에는 경제 발전, 사회분화, 국가 및 정치제도, 시민사회, 정치문화와 이념, 국제적 개입 등이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관계에 있어, 립셋은 통계분석을 통해 “국가 경제가 발전할수록 민주주의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고 경제발전과 상관없이 선진국에서 민주주의가 생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발전을 통해 중산층이 성장하면 교육과 문화적 태도가 확산되고 민주주의 가치가 널리 수용될 것이라고 보았고 증가된 부가 객관적인 불평등의 수준과 사회경제적 재분배의 비용을 줄이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산업화 이전과 산업화 사이의 불연속성으로 인한 노동 계급의 극단주의 운동을 근거로 국가의 성장 속도가 급격하면 민주주의가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Przeworski and Limongi는 립셋의 주장에 대해 독재체제의 몰락 가능성과 민주주의의 안정적 유지 가능성을 경제발전의 수준과 연결해 두 변수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들은 경제발전의 수준과 민주주의 체제의 설립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경제발전 수준이 민주주의의 등장을 가능케 한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과거의 경제 성장과 무관하게 1년의 경제 위기만으로 이듬해에 즉각적으로 정치적 결과가 드러났던 빈국의 사례를 들면서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변수는 경제위기이며 빈곤한 민주주의 국가는 경제 위기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민주주의의 발생은 경제 발전의 산물이 아니며 민주주의가 확립된 이후 경제적 제약이 변수로 작용한다고 결론 지었다.
근대화 접근법은 정확한 숫자로 표현할 수 있기에 비교가 가능하고 일정한 수준이면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제3의 물결 민주화의 케이스와 맞지 않았고, 민주화 운동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행위자 중심 접근법으로의 이행기 접근법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시작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로스토우는 이행기 접근법의 각 과정을 정리했는데, 제일 먼저 이행기 접근법은 국민 통합 단계를 거치면서 영토 내에 동일한 정치 정체성을 형성한다. 국민통합 단계를 거친 후에는 준비단계로 들어선다. 정치 엘리트들의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지속적인 정치투쟁이 발생한다. 이후 결정 단계로 진입하는데 이 단계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민주적 방식을 채택한다. 마지막으로 공고화 단계에서 채택된 민주적 방식이 습관이 되어 민주주의 체제로 자리 잡게 된다. 이행기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각 단계는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거치는 필수적인 코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행기 모델에서는 정치엘리트에 주목하고 있는바 역사적 정치적 과정 속의 사회 갈등에 설명의 초점을 두고 있으면서 이 역사적 과정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 엘리트의 계획과 행동이라고 얘기한다.
Thomas Carothers 는 이 중 이행기 패러다임의 핵심 가정을 정리하고 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래에 핵심 가설과 그에 대한 반박을 서술하고자 한다.
첫째, 이행기 패러다임에서는 독재통치에서 벗어나는 국가는 어느 국가든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국가로 간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가설은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행 국가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정치 패턴인 무기력한 다원주의와 지배 세력의 정치는 민주주의적 요소를 포함하지만 그것을 자유민주주의로 가는 통과역이 아닌 대안적 방향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대부분 국가는 잘 기능하는 민주주의를 달성하지 못하고 민주적 진보를 진척시키지 못한 회색 지대에 놓여있다.
둘째, 이행기 패러다임에서 민주주의는 개시 – 돌파 – 공고화의 순서로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봤을 때 대만, 한국 등의 사례는 민주적 돌파의 패러다임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조직화한 정치 반대파가 연속적인 선거를 통해 변혁을 추동했다.
셋째, 이행기 패러다임에서 선거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진정한 선거는 치러지지만 투표를 넘어선 정치적 참여는 여전히 부족하고 정권의 책임감이 약하고 선거 자체를 통해 부의 집중이나 특정한 사회문화 전통과 같은 구조적 조건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
넷째, 한 나라의 성공적인 민주화 기회는 정치 엘리트들의 의도와 행동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양한 구조적 조건들이 정치적 결과를 형성하는 데 영향 주었고 특히 상대적인 부 및 이전 정권의 제도적 유산도 이행 결과에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다섯째, 민주적 이행에서 국가 건설은 민주주의 건설에 대한 부차적인 도전이며 대체로 그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 건설은 예상보다 훨씬 크고 문제가 많았으며 많은 제3의 물결 국가들은 근본적인 국가 건설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문제점이 존재했다.
구조적 접근법은 역사적 변화의 장기적인 과정에 설명의 초점을 두고 권력 구조의 변화로 민주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특정한 권력 구조의 상호 관계가 정치엘리트를 비롯한 정치행위자에게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제약과 기회를 제공하여 민주화를 끌어낸다는 것이 구조적 접근법의 핵심 주장이다. 구조적 접근법은 근대화 접근법과 이행기 접근법에 대한 보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설명해야 하므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해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