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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만리 상점과 이커머스의 미래 [북저널리즘 보고서] (1-2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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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커머스(e-commerce), 전자 상거래의 미래 잠재력은 서구 국가가 아닌 중국에 있다
- 중국 시장은 훨씬 더 크고 창의적이다. 중국의 테크 기업은 이커머스, 소셜 미디어를 비롯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무엇이든 결합해 낸다. 그런 식으로 8억 5000만 명의 온라인 소비자를 위한 대형 상점을 만든다. 동시에 중국은 규제의 최전선에 서 있기도 하다.
- 1970년대 상품에 최초로 바코드를 도입한 껌 제조사 리글리(Wrigley)부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카다시안(Kardashian) 가족의 소비 습관까지 전부 눈여겨봐야 했다. 이제 업체들이 시선을 돌려야 할 곳은 아시아다.
- 우선 중국 이커머스 시장은 역동적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배달 앱 메이투안(美团), 전자 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등이 효율적인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중국 이커머스 산업의 시가 총액에서 알리바바가 차지하는 비중이 81퍼센트에서 55퍼센트로 떨어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 중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디지털 결제, 대량 공동 구매, 소셜 미디어, 게임, 인스턴트 메시징, 짧은 동영상, 인플루언서의 실시간 스트리밍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서비스한다.
- 수조 달러가 걸린 중요한 질문은 중국의 이커머스 모델이 과연 세계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 서구 기업들은 오랫동안 예측 가능한 틀 안에서 체계를 다져왔다. 비자(Visa)는 결제 전문 기업이고, 아마존은 이커머스, 페이스북(Facebook)은 소셜 미디어, 구글(Google)은 검색에 특화된 식이다. 이커머스 산업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전통적인 대형 소매업체가 얼마나 많이 파산할 것이냐(2020년 미국에서는 30곳 이상이 사업을 접었다), 월마트와 타겟(Target)처럼 온라인 전환에 성공하는 기업이 얼마나 나올까 하는 질문과 관련이 있다.
- 이미 선진국 이외 지역에서는 중국식 접근법이 힘을 얻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차량 공유 업체 그랩(Grab),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이라는 씨(SEA), 인도 이커머스 업체 지오((Jio), 중남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메르카도 리브레(Mercado Libre) 등 각 지역의 선두 기업이 중국식 전략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국수 배달부터 금융 서비스까지 갖춘 ‘슈퍼 앱(super-app)’을 제공하는 방식 말이다.
- 업계의 이런 변화는 소비자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다. 중국에서는 기업들이 맹렬한 할인 경쟁을 벌이면서 제품 가격이 더 싸졌다. 선택과 혁신의 폭은 더 커질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식 이커머스에도 문제는 있다. 이런 거친 환경에서는 사기도 종종 발생한다. 반독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전 회장에 대한 탄압을 두고[1], 중국 공산당 권력의 잔혹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일부분 그럴 수도 있지만 중국 규제 당국도 경쟁을 촉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정 플랫폼의 결제 서비스를 경쟁 업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호 이용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이커머스 업체가 다른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판매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반독점 규제 당국이 기업을 상대로 여러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말에는 관련 법 초안[2]까지 만들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거대 테크 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했다. 이커머스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감을 잡으려면 미국과 유럽 당국도 중국을 연구해야 한다.
- 서구 사회가 중국의 혁신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특정한 경향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전자 제품부터 태양광 패널에 이르는 중국 제조업의 발전을 무시하거나 복제품으로 치부했다. 그다음에는 평가 절하했고, 또 그다음에는 마지못해 인정하는 식이었다. 이제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과 습관이 세계화되고 있다. 보고 배워야 한다.
-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고, 테크 기업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었다. 타오바오와 달리, 신흥 벤처 기업들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 중국의 테크 기업들은 온라인 쇼핑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투자금의 일부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데 쓰인다. 물론 이런 방식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지만, 업계에 활기가 넘치는 것은 분명하다. 서구에서는 그 진가를 이제 겨우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미래가 궁금하다면, 중국을 보세요.”
-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인들도 여전히 대부분의 물건을 실제 가게에서 구입하지만 대도시를 벗어나면 허름한 가게가 많다. 일부는 가짜 상품을 팔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중국 중산층은 스마트폰과 광대역 인터넷으로 무장한 채 더 편리한 온라인 쇼핑을 찾는다고 컨설팅 기업 베인의 마크 앙드레 카멜(Marc-André Kamel)은 말한다. 게다가 엄청난 인구 덕에 배송료는 더욱 저렴해진다.
-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각종 상점, 유흥 시설, 푸드 코트, 오락실이 모두 있는 디지털 공간이다. 20세기의 미국식 쇼핑몰이 디지털 형태로 구현된,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공간이다. 동영상은 물건을 직접 손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고, 인플루언서가 이 물건을 어떻게 쓰면 되는지 시연하면서 이목을 사로잡는다. 친구끼리 소셜 미디어를 통해 뭔가를 추천하거나 비추천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대용량 구매 할인 혜택을 위해 뭉친다. 실시간 방송은 이런 모든 과정을 엔터테인먼트로 바꿔 버린다. 그리고 현실 세계의 네트워크가 상품을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 사이버 매장이 주로 입점한 곳은 12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위챗 같은 슈퍼 앱(super-app)이다. 위챗은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텐센트(Tencent)가 개발해 서비스한다. 위챗에서 발생한 트래픽은 징둥닷컴과 핀둬둬로 향한다. 중국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소셜 네트워크와 쇼핑 사이트를 구분하는 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컨설팅 기업 렝고우(Lengow)의 프레드릭 클레망(Frédéric Clément)은 말한다. 투자·중개업체 번스타인은 이커머스가 올해 중국 전체 소매업 매출의 4분의 1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판데믹으로 소비자가 몰린 미국의 대략 두 배 규모다.
- 소셜 커머스는 실시간 스트리밍, 짧은 동영상, 소셜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기술에 의존한다.
- 일부 가게는 디지털 쿠폰을 발행해 소비자의 매장 방문을 유도하고,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바로 가져가는(grab-and-go)” 방식의 쇼핑을 도입한 가게도 있다. 무인점포, QR 코드 스캔으로 결제하는 스마트 자판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2020년 이전만 해도 서구에서 소셜 커머스, 온·오프라인 쇼핑 결합은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평가받고 있다. 페이스북의 제품 책임자 조지 리(George Lee)는 판데믹이 일종의 “콜 투 액션(CTA, 작전 개시 명령)”이 됐다고 말한다. 당국이 매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대부분 중소 규모인 1억 6000만 개의 가게가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한 온라인 사업으로 태세를 전환해야 했던 것이다.
- 스냅챗(Snapchat) 사용자들은 지난해부터 가상 세계에서 메이크업을 해보고 신발도 신어 볼 수 있다. 스냅챗은 이런 기능을 통해 “쇼핑 편의성(shopability)”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쇼피파이는 틱톡에 가입한 100만 명 이상의 판매자에게 동영상으로 물건을 팔 수 있게 했
- 미국이 중국의 개척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근의 여러 사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전체 소매업 매출에서 소셜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보다 훨씬 더 적다고 컨설팅 기업 베인은 지적한다. 아마존의 해외 소매 부문 책임자 러셀 그랜디네티(Russell Grandinetti)는 소비자의 요구가 그때그때 다르다고 말한다. 인플루언서에 설득당하는 것보다는 싸게, 빨리 물건을 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는 아마존이 온라인 서적 리뷰, ‘이 물건을 산 사람이 함께 구입한 상품 추천’ 같은 특정 기술을 개발한 점을 강조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게임 플랫폼 트위치(Twitch)의 이용자 수백만 명이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한 사실도 상기시킨다. 실시간 스트리밍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이커머스가 “단지 중국 같은 방식으로 자리 잡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 미국은 다른 방식으로 이커머스의 길을 제시할 것이다. 중국보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자동화가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편리함보다 개인 정보 노출 등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면, 소비자는 소셜 미디어에서 친구들과 소비 습관을 공유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 중국 소매업은 지금 같은 에너지를 잃을 수도 있다. 인구 고령화로 임금 수준이 낮은 물류 창고 근로자, 배달 기사를 구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면 배송료가 오르고, 배송 시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노동조합이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한다면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인플루언서, 특히 브랜드 홍보를 명목으로 거액을 받는 사람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수입이 적은 인플루언서는 인내심을 잃고, 본업에 충실할지도 모른다.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업체 파크루의 웨일리는 “상위 1퍼센트는 큰돈을 벌지만, 나머지는 배고픈 예술가”라고 말한다.
- 서구 기업의 중국 이커머스 모방 속도가 더딘 이유는 업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지나친 전문화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아마존과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페이스북, 벤턴빌에 본사를 둔 월마트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각자의 핵심 사업인 이커머스, 소셜 미디어, 슈퍼마켓에 주력해 왔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야 일어난 현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각 분야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상거래 육성 책임자 에릭 펭(Eric Feng)은 지금의 상황을 약간 비꼬아 이렇게 정리한다. “중국, 당신은 우리가 나갈 길을 비춰 줄 빛입니다.” (2화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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